<수상소감>

2017 동시집 『사과나무의 우화』로 제12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요양원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 오는 전철 안에서 수상 소식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는다고 하니 그 동안 떠올렸던 동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동시를 써서 뭐하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럼 동시를 쓰지 않았으면 내 삶은 어떻게 됐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니 -동시쓰기를 참 잘 했어. 라는 답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동시쓰기는 저의 삶에 새 길을 열어주는 또 다른 문이었으며 낭떠러지에서조차 길을 내어 주는 끈이었습니다.

저에게 동시쓰기는 동심과 호흡하는 일이며 동심과 살을 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그들이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하며 사는 일입니다. 늘 말해왔듯, 신에게 사랑이 없으면 설 자리를 잃듯이 시도 사랑이 없으면 설 자리를 잃습니다. 시는 아프고 쓸쓸하고 슬픈 영혼을 위로해야 합니다.

어느 선생님께서 제 시가 ‘경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경계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저는 그 말씀을 저의 시가 동시와 시의 경계에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경계는 허물어야할 것도 있지만 지켜야할 것도 있습니다. 확장해야할 것도 있습니다.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것은 우리 동시의 경계를 한 뼘 더 넓히라는 채찍이며, 고 윤석중 선생님께서 이룩하신 아동문학에 대한 명예와 경외심을 지켜가라는 회초리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