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윤석중 선생님을 추억하며.

김영자

부족한 저에게 이처럼 크고 귀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동안 윤석중 문학상 추천공고가 나올 때면 나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습니다. 해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아동 문학인들이 영양가 높고 감동적인 작품집들을 쏟아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사무실로부터 14회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밀려오는 기쁨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러면서 18년 전에 가신 윤석중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은 특별한 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면 대우빌딩 사무실로 부르셔서 일손을 돕게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근엄하신 모습에 말 수가 적으셔서 어려웠지만 뵐수록 다정다감한 분임을 느꼈습니다. 늘 고마워하시고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유머감각도 풍부하셨습니다. KBS의 1시간 독서프로그램에 선생님을 모시고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사회자 차인태 아나운서가 양서와 악서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문장이 양처럼 순한 책은 양서이고 문장이 폭력 만화처럼 악악하고 거친 것은 악서지요’ 라고 하셔서 우리는 모두 웃었습니다. 그분의 동요처럼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셨습니다.

건강글짓기 심사할 때입니다. 홍릉에 있는 세종기념관 잔디밭에서 어린이들이 글을 쓰기로 했는데 날씨가 그믈그믈해서 제목을 「비」로 정했습니다.

글을 읽던 선생님이 갑자기 껄껄 웃으셨습니다.

‘무슨 얘길 쓸까 생각은 가물가물한데 후드득 빗방울이 원고지에 떨어져 뭐라고 가르쳐준다. 뭐라고 하는지 내가 알아듣지 못하니까 답답한지 비가 뚝 그쳤다.’는 내용이었어요.

어린이들의 기발한 표현이 대견하다며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다시금 윤석중 선생님을 추억하며 새로운 감회에 젖어듭니다.

선생님은 한평생 끊임없는 사랑과 열정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셨습니다. 그 열매들은 후대의 영혼을 울리며 삶의 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윤석중 문학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남은 숙제를 집필로 풀어가겠습니다.

끝으로 새싹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도합니다.